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지난 발행 글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하시기 수월합니다.
2021.09.01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 그리고 탈레반의 승리
2021.09.03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탈레반의 만행, 그리고 9·11 테러의 시작
2021.09.07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9·11 테러, 그리고 탈레반의 축출(붕괴)
탈레반을 쫓아내고 친미 과도 정부를 세운 미국은 빈 라덴을 추적하는 한편, 탈레반 잔당 소탕에 나섰습니다.
한 때는 탈레반을 거의 괴멸 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평가도 있었는데요,
20년이 흐른 2021년, 탈레반은 어떻게 다시 아프간을 장악하고 미군은 자존심을 구기며 철수하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미국이 실책한 부분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미국의 실패 요인
✿ 오판이었을까? - 이라크 전쟁
침공 한 달만에 아프간 수도를 함락하고 공습을 통해 탈레반의 숨통을 조이던 미국은, 2003년 이라크와도 전쟁을 벌입니다.
이라크와의 전쟁 초반이라는 긴박함도 있었겠지만 아프간에서의 상황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미군은 아프간에 있던 병력을 상당수 이라크로 돌렸고 이는 꽉 막힌 탈레반의 숨통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꺼져가던 탈레반은 이라크 전쟁으로 기사회생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게릴라전과 테러를 전개하면서 서서히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 판단 미스? -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
탈레반이 축출되고 들어선 과도 정부를 지나 아프간 최초의 민주 선거로 선출된 카르자이 정부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전쟁과 내전의 시대를 끝내고 새롭게 출발해달라는 대내외적인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습니다.
아프간 재건을 위해 많은 국가들이 엄청난 돈을 지원하였고, 심지어 대한민국도 해외파병과 의료지원 등으로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유﹒ 무상 원조를 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은 1조 달러(약 1100조 원)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습니다.(일부 전문가는 2조 달러가 넘는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지원된 돈은 대부분 헛되게 쓰였는데요,
몹시도 부패한 공무원, 그리고 힘 있는 지방 세력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갔다고 합니다.
대놓고 매관매직을 했다는데 부장 자리는 6천만 원, 국장 자리는 9천만 원 하는 식이었고,
경찰들은 미리 탈레반과 짜고 고속도로에서 통행 차량을 겁주고, 경찰이 등장해서 쫓아낸 다음 통행료를 받아서 탈레반과 나눠 먹는다거나,
재판에서는 피의자가 변호사에게 돈만 잘 쥐어주면 그 돈으로 판사와 법원 직원들을 구워삶아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것은 윗선의 공무원들이 돈 줄을 틀어막아서 하급 군인들의 월급이 너무 낮았고, 그들이 때려잡아야 할 탈레반 조직원들보다 수입이 적은 상황인지라 사기가 떨어진 정부군 중에 탈레반으로 넘어가는 이도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부정부패는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일가는 어땠을까요,
대통령의 동생은 마약왕으로 불리며, 대통령의 형은 동생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프간 최대의 사업가였다죠.
그리고 대통령인 카르자이 본인은 돈을 밝힐 뿐만 아니라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최대 지원자인 미국의 눈 밖에 날 정도였습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점점 틀어지자 카르자이는 퇴임 직전 미국을 비난하고 지원국에 대한 감사 인사에서 미국은 언급도 하지 않는 등 완전히 거리를 두기도 했는데요,
미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도 같습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아프간의 대통령으로 밀어주고 막대한 자금도 퍼부었는데, 성과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밀어준 대통령에게 비난받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친미파로 알려졌던 카르자이 대통령,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미국의 판단 미스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놓친 것? - 아프간의 종족 특성, 그리고 민심
아프간은 부족 성격이 강한 국가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탈레반의 다수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은 아프간 남쪽과 파키스탄의 북쪽에 걸쳐서 넓게 분포해있는데요,
이들에게는 '국가'라는 정체성보다 '종족'에 대한 정체성이 훨씬 더 확고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슈툰 족은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쉽게 오갔고 이런 특성이 미군을 골치 아프게 했습니다.
한창 탈레반을 추적하다 보면 이들은 국경을 넘어서 파키스탄 지역으로 숨어버리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인접국이며 아프간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필요했던 미군으로서는 전투부대를 마음대로 파키스탄에 투입할 수 없었고 이는 탈레반 소탕 작전에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파키스탄과 탈레반 사이에 암묵적인 우호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편, 탈레반을 지지하는 주민들도 미군을 힘들게 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미군에게도 있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아프간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피폐한 생활이, 미국이 일으킨 전쟁 때문이라는 인식이 점차 늘어가는 상황이었는데요,
탈레반 잡겠다고 날린 미사일이 잘못 날아가 아프간 민간인들이 사망하는 일이 꽤 여러 번 발생했습니다.(미 공군의 오폭으로 아군인 미 육군이 사망한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하네요..)
미군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입지가 좁아졌고 민심은 더더욱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리해보면, 급하게 시작한 전쟁이긴 하지만 정보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미국이, 적국에 대한 이해나 판단이 부족한 상태로 너무 길게 전쟁을 끌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탈레반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과 함께, 저의 생각을 짧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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