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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탈레반의 승리 요인과 미국의 실패 요인2 (탈레반편)

by 스토리트립 2021. 9. 18.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지난 발행 글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하시기 수월합니다.

2021.09.01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 그리고 탈레반의 승리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 그리고 탈레반의 승리

8월 30일 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을 떠났습니다. 탈레반은 그와 동시에 축포를 쏘았고 미국은 20년의 전쟁을 끝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년의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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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탈레반의 만행, 그리고 9·11 테러의 시작

 

탈레반의 만행, 그리고 9·11 테러의 시작

지난 포스팅은 잘 읽어보셨나요?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혹시 읽지 않고 오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서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2021.09.01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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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그리고 탈레반의 축출(붕괴)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지난 발행 글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하시기 수월합니다. 2021.09.01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 그리고 탈레반의 승리 미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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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탈레반의 승리 요인과 미국의 실패 요인1 (미국편)

 

탈레반의 승리 요인과 미국의 실패 요인1 (미국편)

이어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지난 발행 글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하시기 수월합니다. 2021.09.01 - [궁금한 이슈/그 '사건'이 알고 싶다] -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 그리고 탈레반의 승리 미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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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탈레반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탈레반의 승리 요인

✿ 아프간의 험난한 지형

아프간은 산악지대가 많습니다.

아프간 지형 사진
사진: Makalu. 출처: Pixabay.

과거 소련 - 아프간 전쟁에서 소련이 끝내 이기지 못하고 10년 만에 물러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요,

히말라야 산맥의 일부인 '힌두쿠시 산맥'은 바위투성이에다가 기복 심한 지세에, 동굴이 벌집처럼 뚫려있는 지형이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첨단 무기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기가 어렵고, 매복을 하기가 쉬워 게릴라전으로 저항하면 소탕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합니다.


✿ 아프간과 양귀비

아프간은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국이자 수출국입니다. 통계 자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공급량의 80~90% 이상을 아프간이 담당(?)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탈레반은 미국에 의해 쫓겨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의 재배를 금지하며 마약을 거래하는 자의 손목을 자르는 등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양귀비 재배 사진
사진: NickyPe. 출처: Pixabay.

미국 또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아프간 점령 이후 탈레반과 마찬가지로 양귀비 생산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단칼에 생산하지 말라고 하면 당장 먹고 살길이 없으니 대체 작물로 밀을 재배 하라며 지원도 해주었다는데요.

그렇지만 상황은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저는 그걸 모아서 크게 2가지만 꼽아보겠습니다.

✔︎ 정권을 빼앗긴 이후 탈레반의 마약에 대한 입장 변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탈레반은 1차 집권 당시만 해도 마약 근절에 매우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군에 의해 쫓겨난 후에는 자금 사정도 나빠졌을뿐더러, 새롭게 합류한 군벌(독립적인 군사력을 갖춘 지방 세력)들 중 마약 사업을 하는 이들로부터 돈 버는 법(?)을 배우고 마약 거래를 통해 전쟁 자금을 충당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과는 입장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결국 탈레반에게 양귀비가 중요한 돈줄이 된 이후에는 그들도 적극적으로 마약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 밀 재배의 낮은 수익성, 그리고 뇌물

아프간 정부와 미군은 양귀비를 재배하던 농민들에게 보상금을 주고 그것을 매입한 후, 전량 폐기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양귀비에서 밀로 재배 작물을 변경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밀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양귀비 재배로 벌 수 있는 돈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수익도 문제였지만 더 어이없는 건, 재배한 밀을 팔기 위해서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데 부패한 지방공무원들은 매번 뇌물을 요구했고 돈을 건네지 않으면 팔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뇌물 상징 사진
사진: ds_30. 출처: Pixabay.

결국 농민들은 밀을 재배 해봐야 돈도 얼마 되지 않는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뇌물까지 갖다 바쳐야 하니, 다시 양귀비 재배로 돌아서게 됐고, 당연히 정부가 아닌 다른 판로를 개척했습니다.

그게 어디였을까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악귀처럼 재배를 금지했던 탈레반이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탈레반 입장에서도 이제는 돈 맛을 알게 됐달까요? 이런 사정으로 서로 간에 윈윈(?)이 된 양귀비는 점차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농민과 탈레반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양귀비는, 그렇게 아프간을 마약 국가라는 오명으로 불리게 만들었습니다.


✿ 미군의 장비로 무장한 탈레반

미군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합니다.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도 당연히 세계 최고 수준인데요,

미군 장비 예시 사진
사진: Military_Material. 출처: Pixabay.

탈레반에 맞서는 정부군에게 많은 미군 무기와 장비가 지원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탈레반에게 넘어간 무기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아프간의 부패한 공무원이 탈레반에게 장비를 팔아넘기거나,

정부군이 무기와 함께 탈레반 진영으로 넘어가기도 했고,

얼마 전 아프간 정부가 항복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무기가 넘어갔다는데요,

국내 여러 매체에서 이런 식으로 넘어간 미군 장비가 우리 돈 100조 원 규모라고 하는데 백악관의 설명이나 외국 언론을 보면 그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 '탈레반 100조 원대 미군 무기 획득? 또 외신 '오역'', '21.9.8. http://www.mediatoday.co.kr)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백악관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군사 물자 중 상당수가 탈레반에 넘어갔다'라고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렇게 넘어간 무기들은 점차 탈레반의 힘을 키워주었고, 미군 장비를 들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오합지졸'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과의 전투에서 무기를 놓고 달아나면, 다시 그것들을 노획하면서 지속적으로 힘의 균형이 탈레반으로 기운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탈레반을 응징해야 할 미국의 무기가 엉뚱하게도 미국 자신과 탈레반 저항세력에게 큰 위협이 된 셈입니다.


┃결론

지난 포스팅부터 장황하게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의 재집권에 대해서 이유를 나열해 봤는데요,

정리해보자면, 

1. 미국이 탈레반과 아프간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2. 탈레반 이후에 집권한 아프간 정부가 너무너무 무능하고 부정부패했다.

3. 쫓겨난 탈레반은 '미국 - 이라크 전쟁'으로 숨통이 트인 이후, 아프간의 험준한 지형을 활용한 게릴라전과 무차별적인 테러활동으로 존재감을 다시 높여갔으며, 마약 사업으로 벌어들인 군사 자금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장기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4. '아프간 정부의 부정부패 + 미군의 수차례 오폭에 의한 아프간 민간인 다수 사망 + 아프간에 장기간 이어진 전쟁과 내전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로감'의 3단 조합은, 아프간 국민들에게 탈레반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면서 미국에 적대감을 돌리게 만들었다.


┃사족

마지막으로, '탈레반의 승리' 또는 '미국의 패배'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미군은 패배한 것이 아니라, 아프간을 민주화시키려는 노력이 현지인들의 비협조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되어, 더 이상의 국력 손실을 줄이고자 전쟁을 끝내고 철수한 것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취지의 의견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탈레반의 승리' 또는 '미국의 패배'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긴 포스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설명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탈레반이 없어져야 할 악마 같은 무리이며, 앞으로 국제 사회가 공조하여 점차적으로 세력을 약화시켜 결국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프간 국민들이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실패' 하길 바라는 저의 마음과는 달리, '미국의 침공-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20년 간의 상황을 돌아봤을 때 '승패를 떠나 미군의 선택에 의한 포기' 로만 보기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우리 돈 1000~20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고, 아프간에서 2천 명이 훌쩍 넘는 미군 사망자를 기록할 정도로 막심한 국력을 소모한 것에 비해, 9.11 테러의 원흉, 빈 라덴을 사살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점과,

물리쳐야 할 적인 탈레반은 미국의 침공과 동시에 정권에서 쫓겨났지만 20년 동안 다시 힘을 길러 결국 그들이 원하는 정권을 탈환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볼 때, 적어도 외형적인 모습에서 '탈레반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라는 표현이 전혀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들이 힘을 실어준 아프간 민주 정부가 너무 무능했고 부패했으며 그로 인해 탈레반에게 너무 힘없이 정권을 빼았겼으니까요.

그래서 '아프간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게 그들의 정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지만 스스로 의지가 없었다'는 미국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쟁을 시작했으며(9.11 테러라는 특수 상황 때문이긴 합니다), 이후에도 탈레반을 과소평가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는 등 여러 가지 큰 실수를 반복한 데다가,

아무리 아프간 정부가 무능했다고 하더라도 대량의 미군 장비가 탈레반에게 흡수되어 향후 크나큰 위험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홍콩 - 미얀마 - 아프간으로 이어지는 인권 탄압의 상황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낍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정체성에 대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부족하지만, 제가 관심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공부하면서 많은 분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탈레반과 관련된 글을 더 쓰고 싶은 마음도 있고, 주제를 바꾸어 국내의 다양한 사정이나 혹은 다른 국외의 중요한 소식에 대해서 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는 많이 느리지만,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들고 다듬어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느리지만 차근차근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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